복순도가 손막걸리... 마케팅은 합격점, 가격·맛은 낙제점

 

"막걸리계의 '동 페리뇽'"이라는 광고 문구에 혹하고 말았다. 동 페리뇽은 고급 샴페인의 대명사다. 대체 어떤 막걸리길래 동 페리뇽을 운운하는지 호기심이 일었다. 복순도가 손막걸리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먹었다. 9353통에 36000원이다. 1통에 12000원인 셈이다. 거의 최고가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다.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12000원에 값하는 맛이 아니었다. 한입만 마셔도 왜 동 페리뇽이라는 말이 나왔는지 알 수 있다. 탄산 때문이다. 술을 머금으면 입안에서 탄산 방울이 톡톡 터진다. 청량하다. 복순도가는 아마 이 술의 강한 탄산에서 샴페인과의 연결고리를 찾았을 것이다. 그냥 샴페인이라고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유명한 동 페리뇽을 찍었을 것이다. 영리한 마케팅이다.

 

 

하지만 탄산이 전부다. 탄산을 빼면 신맛만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탄산보다도 산미가 더 인상적이었다. 신맛이 강렬했다. 요구르트보다 시었다. 보디감은 거칠다. 묵직한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막걸리 침전물의 입자가 느껴진다. 이게 전부다.

 

성분표를 보면 설탕을 넣고 합성감미료 아스파탐을 또 넣었다. 술이 달면 왜 설탕과 아스파탐을 다 넣었는지 이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신맛만 술에 왜 단 감미료를 2중으로 넣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인터넷에는 호평 일색이었다. 의아했다. 지인에게 복순도가 손막걸리를 권했다. 그의 평도 나의 평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탄산이 강한 것 말고는 특색이 없다. 굳이 이 돈을 주고 주문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관성 있는 맛을 내는지 의심스럽다. 한 네티즌은 복순도가 손막걸리가 너무 달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와 내 지인은 이 술에서 단맛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1113일에 생산한 술 세 통을 14일에 한 통, 19일에 또 한 통, 20일에 한 통씩 총 세 번에 걸쳐 마셨다.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안내문과 함께 스티로폼 박스에 담겨 배송됐다. 안내문에는 복순도가 손막걸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나는 그 자부심에 공감할 수 없었다. 거기에는 저온 장기 숙성했다고 쓰여 있었다. 며칠을 숙성했길래 장기 숙성했다고 하는 것인지, 다른 막걸리는 또 며칠이나 숙성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전통방식 그대로 옛 항아리에 담아 빚는다고도 했다. 선조들도 막걸리에 설탕과 아스파탐을 넣었느냐고 묻고 싶었다.

 

 

 

탄산이 강해 열기 전에 흔들면

 

탄산이 강해 열기 전에 흔들면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 열얻다 닫았다를 수차례 반복하면 통 안에 탄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침전물이 섞인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복순도가 손막걸리를 딸 때는 흔들면 안 된다. 뚜껑을 서너 차례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면 막걸리 통 안에서 탄산이 피어올라 침전물이 섞인다. 복순도가 측에 따르면 이 술은 2012년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 20135월 청와대 재외공관장 만찬, 20155월 밀라노 세계 박람회 한국관 개관 만찬식 건배주로 쓰였다. 2015년 와인 주류품평회 샌프란시스코 인터내셔널 와인 컴퍼티션 금상, 영국 주류품평회 인터내셔널 와인 앤드 스피릿 컴퍼티션 은상, 로스앤젤레스 인터내셔널 와인 컴퍼티션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이 가격에 이 술을 다시 구매할 의사가 없다. 한 통에 몇천 원이라면 가끔 생각날 때 한 번씩 사 마실 만한 수준이다. 한 병에 1만원 넘는 돈을 주고 먹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인터넷에서 낱개 주문도 안 된다. 최소 3통을 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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